조용히 눈을 감는다.
시각을 배제한 청각은 그 이전보다 훨씬 민감하다. 또각거리는 하이힐의 걸음부터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내 귀로부터 나온 눈은 그 모든 행로를 쫓아간다. 타자를 두들기는 소리, 난방기가 돌아가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어느새 머릿속에 소리로 그려진 지도가 완성된다.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난방기의 진동이 파도소리로 들려올때 쯤, 나는 갓 완성된 지도를 들고 항해를 나선다.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타자소리는 난파선의 SOS. 그 소리가 멎게 되면 구조에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때마침 들려온 누군가의 발걸음에 맞추어 항해를 계속한다.
발걸음의 순풍을 따라 이곳 저곳을 누비다보면 종종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만나게 된다. 바로 천둥이다. 순풍이 멎는다는 것은 천둥이 온다는 것을 알리는 징조다. 길을 안내해주던 헤르메스는 발걸음의 끝에서 의자를 빼내고, 이윽고 끼이익-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소음이 울려퍼진다. 아주 짧은 순간의 천둥이지만, 그것은 모든 항해를 멈추게 하고, 닻을 내린채 소리의 바다위를 표류하게 만든다. 가슴속은 두려움으로 가득차 어찌할 줄을 모르고, 타자 위의 손은 끊임없이 구조만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
찰나의 공포가 끝나면, 순풍을 기다리는 지리한 사투가 이어진다. 이미 너무 먼 곳을 떠나온 나의 배는 이제 순풍이 없으면 떠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SOS소리도, 파도소리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바닷물을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마냥 순풍을 기다릴 수 밖에는 없다.
헤르메스의 짖궃은 장난이 끝나고 그가 바람을 허락하면, 바다는 다시 활기로 가득찬다. 돛을 올리고 그 행로를 따라 나는듯 나아간다. 책장을 넘기는 바람이 내 뺨에 닿을 때쯤이면 항해는 절정에 이른다. 보물보다 더 값진 신대륙을 찾아낸 것이다. 터질듯한 가슴을 가라 앉히고 그 소리를 음미한다. 책이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아득한 안개가 걷히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이 희열을 계속 만끽하고 싶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지체하게 되면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시 배에 오르고, 힘들게 항해해 온 길을 더듬어 올라간다. 타자를 정리하고 저장을 마치게 되면 모든 항해가 끝이 난다. 수평선에 떠오른 석양을 뒤로 하고 항구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선술집에 자리를 잡고 피로를 풀 것이다. 우리는 영웅이고, 사람들은 그 주체못할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물어볼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 해지면서 우리의 말을 믿지 못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본것을 말이다. 영광과 자랑의 술자리가 끝나면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 몸을 누일 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띄면서 말이다.
항해란 언제나 힘들지만 즐거운 일이다.
시각을 배제한 청각은 그 이전보다 훨씬 민감하다. 또각거리는 하이힐의 걸음부터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내 귀로부터 나온 눈은 그 모든 행로를 쫓아간다. 타자를 두들기는 소리, 난방기가 돌아가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어느새 머릿속에 소리로 그려진 지도가 완성된다.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난방기의 진동이 파도소리로 들려올때 쯤, 나는 갓 완성된 지도를 들고 항해를 나선다.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타자소리는 난파선의 SOS. 그 소리가 멎게 되면 구조에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때마침 들려온 누군가의 발걸음에 맞추어 항해를 계속한다.
발걸음의 순풍을 따라 이곳 저곳을 누비다보면 종종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만나게 된다. 바로 천둥이다. 순풍이 멎는다는 것은 천둥이 온다는 것을 알리는 징조다. 길을 안내해주던 헤르메스는 발걸음의 끝에서 의자를 빼내고, 이윽고 끼이익-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소음이 울려퍼진다. 아주 짧은 순간의 천둥이지만, 그것은 모든 항해를 멈추게 하고, 닻을 내린채 소리의 바다위를 표류하게 만든다. 가슴속은 두려움으로 가득차 어찌할 줄을 모르고, 타자 위의 손은 끊임없이 구조만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
찰나의 공포가 끝나면, 순풍을 기다리는 지리한 사투가 이어진다. 이미 너무 먼 곳을 떠나온 나의 배는 이제 순풍이 없으면 떠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SOS소리도, 파도소리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바닷물을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마냥 순풍을 기다릴 수 밖에는 없다.
헤르메스의 짖궃은 장난이 끝나고 그가 바람을 허락하면, 바다는 다시 활기로 가득찬다. 돛을 올리고 그 행로를 따라 나는듯 나아간다. 책장을 넘기는 바람이 내 뺨에 닿을 때쯤이면 항해는 절정에 이른다. 보물보다 더 값진 신대륙을 찾아낸 것이다. 터질듯한 가슴을 가라 앉히고 그 소리를 음미한다. 책이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아득한 안개가 걷히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이 희열을 계속 만끽하고 싶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지체하게 되면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시 배에 오르고, 힘들게 항해해 온 길을 더듬어 올라간다. 타자를 정리하고 저장을 마치게 되면 모든 항해가 끝이 난다. 수평선에 떠오른 석양을 뒤로 하고 항구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선술집에 자리를 잡고 피로를 풀 것이다. 우리는 영웅이고, 사람들은 그 주체못할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물어볼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 해지면서 우리의 말을 믿지 못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본것을 말이다. 영광과 자랑의 술자리가 끝나면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 몸을 누일 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띄면서 말이다.
항해란 언제나 힘들지만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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